‘무섭다, 두렵다, 더럽다, 으스스하다. 그리고… 정말일까?’ 처음 취재 장소에 대한 얘길 들었을 때 떠오른 생각이다. 그 생각은 실제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음이 무거웠다. 아니, 무서웠다. “가기 싫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지만 자존심상 차마 말하진 못했다. 지난 16일, 그렇게 필리핀 세부로 떠났다.

두려움도 잠시…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더라

취재진을 가장 먼저 반긴 건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 그리고 뜨거운 날씨였다. 마을 입구, 수십 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어딘가에서 아이들의 웃음과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를 것 없는 풍경이었다. 걱정했던 냄새도 나지 않았고 공포영화 속 스산한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놀고 어른들은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는 공터. 그런데 아이들의 놀이터가 좀 특이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묘지였다.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묘지 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더없이 자연스러웠지만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이었다. 우리네 정서에선 분명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묘지를 놀이터 삼아 누비는 아이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죽은 자’의 안식처, ‘산 자’의 생활 터전 되다

▲루도 공동묘지 마을 입구

세부 시내에 자리 잡은 이곳의 정식 명칭은 루도(Ludo) 공동묘지 마을(이하 ‘루도’)이다. 루도는 중국인 공동묘지. 바로 옆엔 또 다른 중국인 공동묘지 마을도 있다. 물론 거기에도 사람이 산다. “루도에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는진 잘 모르겠습니다. 전 2009년 이곳에 들어왔는데 그때도 이미 60여 명이 살고 있었죠.” 루도에서 마을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타타<아래 사진 오른쪽>씨가 말했다.

타타씨는 마을로 사람들을 데려오거나 이사 가구를 관리하는 대가로 루도 주민들에게서 하루 100페소(약 2000원)씩 받는다. 그는 “루도 주민 중엔 집 없이 거리를 떠돌다 마을로 들어온 사람이 많다”며 “(2018년 4월 현재) 주민 수는 250명에서 300명 사이”라고 귀띔했다.

마을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묘지는 좀 독특하다. 흔히 떠올리는 봉분 형태가 아니라 돌로 이뤄져 있고 그 위에 사당 같은 집이 얹혀진 형태이기 때문(물론 집 없이 돌로만 된 묘지도 있다).

▲루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집 안팎 모습. 대부분의 주민이 이런 환경에서 생활한다

이 ‘묘지 위 사당 같은 집’이 바로 루도 주민들의 보금자리다. 그들은 여러 개의 묘지 위에 판자를 놓아 누울 곳을 만들고 이런저런 살림살이를 들이며 집 꼴을 갖춰나갔다. 비단 묘지 위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공간엔 여지없이 집이 들어섰다. 심지어 지붕 위에 지어진 집도 있다. 말 그대로 묘지 위에서 밥 먹고 공부하며 잠도 잔다. 처음 보는 이의 눈엔 오싹할 수 있는 광경. 하지만 ‘루도 2년차 주민’ 마들린씨는 무심히 말했다. “처음엔 저도 무서웠죠. 근데 살다보니 무서운 건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더 큰 어려움이 훨씬 많거든요.”

깜깜한 심야 묘지서 초저녁 잠 청하는 사람들

마들린씨 말처럼 루도 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건 공포가 아니다.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들의 부재(不在)다. 물과 화장실, 전기가 대표적이다. 특히 전기가 안 들어와 해 떨어지자마자 컴컴해지는 마을은 말 그대로 ‘심야의 공동묘지’로 변한다.

▲빛 하나 있고 없음이 마을을 이렇게 바꿔놓는다. 루도 마을의 낮과 밤 풍경

시끄러웠던 마을은 해가 지면 아연 조용해진다. ‘그래, 공동묘지가 원래 이랬었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분명 한낮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이상하리만치 을씨년스럽다. 망자의 넋이 잠든 묘지 옆 나무들은 바람 소릴 내며 쉼 없이 흔들린다. 사람들은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집으로 들어간다. 돌아다니기 위험한 탓도 있지만 저녁에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드는 게 일반적이다.

▲마들린(사진 가운데)씨 가족이 어둠컴컴한 집 안에서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마들린씨는 “묘지에 사는 두려움보다 견디기 힘든 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4남매의 어머니이기도 한 마들린씨는 “이것저것 다 불편하지만 제일 힘든 게 전기 공급이 안 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저나 아이들 모두 아무것도 못해요. 비까지 내리면 집 찾기도 쉽지 않죠.” 제일 큰 걱정은 뭐니 뭐니 해도 한창 학령기인 아이들이 제때 공부하지 못하는 것. 실제로 마들린씨네 네 아이 모두 학교에 다닌다. 형편이 넉넉하진 않지만 간호사∙의사∙경찰∙군인 등 저마다 꿈을 품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큰딸 마델양은 “전기만 들어오면 숙제든 공부든 맘껏 할 수 있는데 너무 아쉽다”며 “하는 수 없이 숙제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는데 못하고 갈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마을 전체에 전기가 안 들어오는 건 아니다. 일부 가구는 옆 마을에서 전기를 끌어다 쓴다. 별도 비용을 치르고 사용하는 집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싼 전기료가 부담스러워 전기를 맘 놓고 쓰지 못한다. 더욱이 필리핀에선 전기 공급을 민간이 관할하기 때문에 전기료를 내지 않으면 가차 없이 전기가 끊긴다. 이래저래 루도 주민들에게 전기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루도 아이들 활짝 웃게 한 ‘태양광 랜턴 선물’

지난 19일, 루도 주민 200여 명이 한데 모였다. 삼성전자와 밀알복지재단 주최로 태양광 랜턴을 나눠주는 행사가 마련됐기 때문. 이들이 받아 든 랜턴은 흔한 기성품이 아니라 삼성전자 임직원이 손수 조립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구를 보호하고 전력난 지역에 희망의 빛을 전달하는 캠페인 ‘셰어 더 라이트(Share the Light)’를 지난해에 이어 지속하기로 결정, 자체 기금을 조성해 랜턴 키트를 구입했다. 여기에 임직원의 자원봉사가 더해지며 이번 행사가 성사됐다. (임직원 랜턴 조립 봉사 현장 취재기는 여기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이기호<아래 사진 왼쪽> 삼성전자 동남아총괄 필리핀법인장(상무)은 “필리핀에 온 지 2년 6개월쯤 됐는데 루도의 존재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루도 주민들이) 삶과 죽음 간 경계에 살고 있는 듯해 마음이 묘했습니다. 비록 태양광 랜턴이 낼 수 있는 빛은 조그마하지만 이 빛이 마을 주민, 특히 어린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길잡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행사장에서 만난 황영희 밀알복지재단 지부장은 삼성전자가 준비한 선물을 높이 평가했다. “필리핀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물이 태양광 랜턴이에요.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죠. 밤에도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필리핀을 포함해 해외에선 삼성이 한국보다 더 유명하다”며 “삼성이 좋은 일 많이 하고 있긴 하지만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지원을 지금보다 좀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을 곳곳서 울려 펴진 메아리 “생큐, 삼성!”

“기분이 참 좋네요. 그동안 전기가 없어 불편했는데 (태양광 랜턴을 들어 보이며) 이게 생겨 정말 기뻐요. 생큐, 삼성!” 이날 가구별로 한 개씩 지급된 태양광 랜턴을 받아 들고 주민 도리나씨는 이렇게 말했다. 비단 도리나씨뿐만이 아니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생큐, 삼성!”을 외치고 다녔다. 랜턴을 손에 꼭 쥔 채 열광하는 주민들을 보며 여러 감정이 오갔다. ‘큰 선물도 아니고 고작 랜턴 한 대인데….’ 싶다가도 ‘루도 주민들에게 빛의 존재가 저렇게나 절실했구나!’ 새삼 깨달았다. 무엇보다 대단치 않다고 생각했던 일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들이 오히려 더 고마웠다.

출국 전, 그리고 루도와 처음 마주쳤을 때에만 해도 쉬 이해하지 못했다. 죽은 자의 안식처를 터전 삼아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도, 물도 전기도 없는 곳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단 사실도. 삼성전자가 전달한 몇 백 개의 랜턴으로 마을 전체가 확 바뀌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몇 가진 달라지지 않을까? 해가 진 후에도 아이들은 공부할 수 있을 테고, 저녁 식탁을 둘러싼 가족 간 대화도 늘어날 테니 말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루도 주민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선사하며 ‘다 함께 잘사는 세상’이란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황영희 지부장의 당부처럼 그 행보가 멈추지 않고 더 활발해지길!

인도네시아 법인도 ‘빛 나눔’ 동참… 올해는 기증 대수 두 배로 늘려

지난해 삼성전자가 ‘셰어 더 라이트’ 캠페인을 시작하며 처음 찾았던 국가는 인도네시아였다. 당시 삼성전자 인도네시아법인은 관내 대표적 저전력 지역 파푸아 티옴(Tiom) 마을에 태양광 LED 랜턴 1400대를 기증했다. 그 결과, 해당 지역 어린이들은 해가 진 후에도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할 수 있게 됐고 어른들은 수공예 등 가계 부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작은 랜턴 하나가 주민들의 삶에 큰 빛이 돼준 것이다. (관련 내용은 뉴스룸 기사 ‘프로듀서 S, ‘역대급’ 고생 딛고 인도네시아 오지 마을에 빛 선물하다’와 영상 ‘Deni's New Light #ShareTheLight’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 인도네시아법인은 올해도 ‘LED 랜턴 나눔’ 행사를 이어간다. 올해는 현지 NGO인 ‘인도네시아 적십자’와 ‘두안얌(Du Anyam, 인도네시아 농촌지역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과 함께한다. 이번에 랜턴을 기증할 곳은 인도네시아 내에서도 심각한 저전력 지역인 칼리만탄(Kalimantan) 카우번(Kaubun)마을과 플로레스(Flores)섬 라란투가(Larantuka)마을. 삼성전자는 두 곳에 각각 1500개의 태양광 LED 랜턴을 기부할 계획이다.

지난해 랜턴 기증 행사를 총괄했던 이강현 삼성전자 동남아총괄 인도네시아법인 상무는 “작년 캠페인 반응이 좋아 올해는 현지 NGO와 협력해 더욱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계획했다”며 “삼성전자가 뿌리 내린 지역 주민의 교육∙보건∙복지 등 삶의 질 향상은 삼성전자의 주요 사명”이라고 말했다. 랜턴 전달식은 오는 26일(라란투가마을)과 다음 달 8일(카우번마을, 이상 현지 시각) 각각 열릴 예정이다.

 
<삼성전자 뉴스룸 원문보기 : https://news.samsung.com/kr/?p=369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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