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중인 장애인 무용수들
(사진 출처 : 주한영국문화원)

무대 위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구분되지 않았다. 휠체어나 보조도구에 의지한 채 무대에 오른 무용수들. 하지만 예술 안에서 그들은 한껏 자유로웠다.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선보인 몸의 대화는 낯설지만 아름다웠다. 다르지만, 아니 달라서 더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무대 아래, 그들을 ‘좀 다른’ 방법으로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반 시력 보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릴루미노’로 공연을 관람한 저(低)시력 시각장애인들이었다. 앞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공연은 그저 ‘듣는’ 문화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지난 18일, ‘굿모닝 에브리바디’가 상연된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종로구 동숭동)에서 있었던 일이다.

얽히고설킨 사회, 다들 안녕하신가요?

굿모닝 에브리바디는 늘 파격적 무대를 선보여온 현대무용가 안은미<아래 사진>씨와 영국 칸두코댄스컴퍼니(Candoco Dance Company)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장애인·비장애인 무용수로 구성된 칸두코댄스컴퍼니는 ‘한-영(韓-英) 상호교류의 해’(2018)를 맞아 ‘다양성 존중 사회’를 응원하기 위해 이번 내한을 결정했다. 공연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는 모두에게 “지난밤 안녕하셨느냐”는 인사를 건네는 게 주된 메시지.

해당 공연을 기획한 안은미 안무가(사진 출처 : 주한영국문화원)

이번 공연을 연출한 안은미씨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각자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안녕을 묻는 일은 결국 살아있는 순간을 확인하는 거잖아요. 크고 작은 장애가 도사리고 있는 사회에서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버티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큰 에너지가 투입되는지 표현하려 했습니다.”

▲릴루미노를 개발한 조정훈 CL과 김용남∙이찬원(왼쪽부터, 이상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씨는 이날 공연장 입구에 부스를 마련, 저시력 관람객에게 삼성 기어 VR과 릴루미노 앱을 제공했다

▲릴루미노를 개발한 조정훈 CL(Creative Leader)과 김용남∙이찬원(왼쪽부터, 이상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씨는 이날 공연장 입구에 부스를 마련, 저시력 관람객에게 릴루미노 앱이 탑재된 삼성 기어 VR과 갤럭시 노트8을 제공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기획 의도에 공감,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공연장에 초청해 함께 관람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사물이 왜곡되고 뿌옇게 보이는 시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미션’은 삼성전자 C랩(Creative Lab)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한 릴루미노가 맡았다. 최소한의 시력만 남아있는 이에게 빛을 선물하는 릴루미노는 이날 과연 제 몫을 다할 수 있을까?

“배우 얼굴 볼 수 있다니… 꿈같아요”

▲공연 전 릴루미노를 착용한 채 함께 온 아들을 바라보는 저시력 시각장애인 임삼자씨

▲공연 전 릴루미노를 착용한 채 함께 온 아들을 바라보는 저시력 시각장애인 임삼자씨

공연 시작 30분 전. 아들 손을 꼭 잡은 저시력 시각장애인 임삼자(71)씨가 릴루미노 부스를 찾았다. “예전에도 릴루미노를 체험해본 적이 있다”는 그는 제법 능숙하게 삼성 기어 VR을 착용하고 초점을 맞췄다. 그런 다음, 옆에 서있던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들, 수염이 이렇게 길었었어?”

임씨는 첫 체험 때보다 업그레이드된 릴루미노의 기능에 만족스러워했다. “지난번보다 훨씬 더 잘 보여요. 초점이 고정돼 굉장히 편안하네요. 평소 오페라나 뮤지컬을 좋아하는데 보러 오기가 어려웠거든요. 배우들의 얼굴은커녕 자막도 잘 안 보이니 공연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죠. 오늘은 릴루미노 덕에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관람객 권도연(15, 위 사진)양에게 릴루미노는 “맨 앞줄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 보는 게 유일한 문화 생활”이란 그에게 (어두운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봐야 하는) 공연 관람은 한낱 허무한 꿈이었다. “공연장 제일 앞쪽 좌석에 앉으면 그나마 좀 보이는데 목도 아프고 많이 불편해요. 이제 릴루미노가 있으니 공연 보는 것도 한결 수월해지겠죠?”

시각 신경 위축[1]이란 장애를 예술혼으로 극복 중인 심규철(39, 위 사진)씨도 이날 공연장을 찾았다. 심씨는 안은미씨와 함께 무대에 선 적도 있을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예술가. “요즘도 무용과 연극을 계속하며 자유와 부자유 간 경계를 넘나듭니다. 오늘 릴루미노를 만나 다시 한 번 ‘본다’는 행위가 얼마나 기쁜 건지 깨달았어요. 희망을 봤다고 해야 할까요?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앞으로도 계속, 오랫동안 무대에 서는 게 제 꿈입니다. 그 꿈, 릴루미노가 이뤄줄 수 있을까요?”

▲심규철(사진 맨 오른쪽)씨는 연극∙무용 등 다양한 공연 활동을 펼치는 현역 예술가이기도 하다. 사진은 심씨가 출연했던 연극 장면들

▲심규철(사진 맨 오른쪽)씨는 연극∙무용 등 다양한 공연 활동을 펼치는 현역 예술가이기도 하다. 사진은 심씨가 출연했던 연극 장면들

“릴루미노, 늘 약자 입장 헤아려주길”


(사진 출처 : 주한영국문화원)

이윽고 한 시간여간 계속된 공연이 막을 내렸다. 공연장은 이내 커다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나 빚어내는 몸의 대화, 그리고 불가능을 향한 도전 정신에 매료된 관객들의 호응이었다. 김민솔(33)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공연장에선 세세한 장면까지 보지 못해 공연 관람 후 늘 놓친 부분을 찾으려 유튜브를 뒤지곤 했다”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릴루미노를 통해 색다른 경험과 마주했다.

▲공연 직후 김민솔(사진 오른쪽)씨가 김용남씨에게 릴루미노 착용 소감을 들려주고 있다

▲공연 직후 김민솔(사진 오른쪽)씨가 김용남씨에게 릴루미노 착용 소감을 들려주고 있다

“공연을 볼 때마다 늘 ‘배우나 무용수의 섬세한 동작이나 표정까지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극이 전개되며 바뀌는 감정을 하나하나 읽고 싶었거든요. 비록 완벽하진 않았지만 오늘 처음으로 그 바람을 이뤘어요. 공연 중반부, 휠체어를 타고 있던 무용수가 상체 힘만으로 바닥에 내려와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에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한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공연을 보고 무용수 감정에 몰입했던, 잊히지 않는 순간이었습니다.”

공연 직후 릴루미노 개발진을 만나 소감을 공유하기도 한 그는 “좀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전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엄마는 제게 늘 ‘네가 조금이라도 더 잘 볼 수 있다면 뭐든 해주겠다’고 말씀하시거든요.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릴루미노 같은 기기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시각장애인이 많아요. 언제나 더 불편한 사람의 입장에서 릴루미노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각장애인과의 교감, 계속 이어갈 것”

사실 김민솔씨의 주문은 릴루미노 개발진의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 김용남씨는 “오늘도 공연 내내 체험자들의 옆 자리에 앉아 모두가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도왔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은 물론, 무대와의 각도 등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많더라”며 “오늘 겪은 일을 꼼꼼히 기록해뒀다 릴루미노 성능 업그레이드 작업 시 적극 반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릴루미노 체험기는 개발진에게 더없이 유용한 자산이다. 피아니스트 노영서씨와의 협업 과정을 거쳐 ‘다초점 기능’을 추가한 게 대표적 예<관련 기사는 여기 참조>. 이찬원씨는 “요즘도 릴루미노 사용자의 체험 후기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기기를 활용하는 사람들과 만날 때도 잦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이 멀죠. 그래도 릴루미노는 계속 발전할 겁니다. 그러려면 보다 많은 시각장애인과의 교감은 필수예요.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릴루미노를 실제로 착용해본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릴루미노 덕분에 늘 나와 함께하는 가족의 존재를 한층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릴루미노를 실제로 착용해본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릴루미노 덕분에 늘 나와 함께하는 가족의 존재를 한층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칸두코댄스컴퍼니는 25년간 공연을 통해 장애와 예술에 대한 인식을 바꿔온 세계적 무용단이다. 안은미씨는 “아직 국내엔 이렇다 할 장애 예술 단체가 없고 관련 환경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면서도 “(칸두코댄스컴퍼니와 함께한) 오늘 공연이 성사된 것만으로도 큰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칸두코댄스컴퍼니가 공연을 매개로 장애와 예술 간 경계를 허물었듯 릴루미노도 이 땅의 시각장애인이 직면한 장벽을 조금씩 낮춰갈 수 있길 기대한다.


[1] 시각 신경 섬유가 죽어서 시각 신경 원반이 작아지는 질환. 염증이나 종양에 의해 시력이 떨어진다

<삼성전자 뉴스룸 원문보기 : https://news.samsung.com/kr/?p=3676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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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12일부터 전국 38개 시·군 188개 중학교에서 중학생 7000명 대상 ‘삼성드림클래스 주중·주말교실’을 개강한다.

2012년부터 시작한 ‘삼성드림클래스’는 교육 여건이 부족한 중학생에게 대학생 강사들이 학습을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교육 사회공헌 사업이다.

주중교실은 대학생 강사가 중학교를 찾아가 방과 후 보충 학습을 지도하는 것으로 대도시 위주로 진행되며, 대학생 강사가 매일 찾아가기 어려운 중소도시에서는 주말교실이 운영된다.

이번 ‘주중·주말교실’은 내년 2월까지 운영되며, 1650명의 대학생 강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삼성드림클래스’는 여름과 겨울 방학 때는‘주중·주말교실’ 뿐만 아니라 대학 캠퍼스에서 방학 캠프도 개최한다.

둔원중학교에서 삼성드림클래스를 담당하는 박찬영 교사는 "드림클래스는 학생들이 자칫 낭비할 수 있는 방과 후 시간을 알차게 채워주고 집에 돌아가서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줘 학생들의 성적 향상과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기도 신흥중학교 3학년 시절 드림클래스에 참여해 동두천외고에 진학한 장태건 학생은 "드림클래스에서 대학생 선생님을 만나면서 미래의 꿈과 희망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경영 컨설턴트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고등학교에서도 드림클래스에서 배운 자기주도학습법과 시간 활용법을 잊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드림클래스가 지속되면서 참여했던 중학생이 어엿한 대학생으로 성장해 다시 대학생 강사로 참여하는 교육의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013년 부산 동수영중학교 3학년 시절 드림클래스에 참여했던 제민영(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2학년) 씨는 올해 서울 정원여중에서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 활동을 시작한다.

제씨는 "중학생 때 받았던 도움과 추억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며, "첫 수업이라 많이 떨리지만 드림클래스 출신답게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강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지난 7년간 삼성드림클래스에는 총 중학생 6만5000여 명, 대학생 1만8000여 명이 참여했다.

2017년 3월 서울 북서울중학교에서 실시했던 삼성드림클래스 주중 ∙ 주말교실 모습

2017년 3월 서울 북서울중학교에서 실시했던 삼성드림클래스 주중 ∙ 주말교실 모습

2017년 3월 서울 북서울중학교에서 실시했던 삼성드림클래스 주중 ∙ 주말교실 모습

▲ 2017년 3월 서울 북서울중학교에서 실시했던 삼성드림클래스 주중주말교실 모습

<삼성전자 뉴스룸 원문보기 : https://news.samsung.com/kr/?p=367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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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든 책상은 복지재단의 어린이 집으로 갑니다!”

삼성전자 스마트시티엔 직접 만든 가구를 이웃과 나누는 임직원들이 있습니다. 바로 ‘밝은 마음 봉사팀’에서 목공 재능 기부를 하는 직원들인데요. 일주일에 두 번, 퇴근 후 모여 가구 설계부터 제작 방법까지 함께 배우고요. 직접 가구도 만듭니다.

임직원들은 틈틈이 만든 책상∙의자∙책장 등을 지역 사회의 소외 이웃에게 아낌없이 드립니다. 물론, 만들기 전에 누가 어디에서 사용할 가구인지를 꼼꼼히 알아보고, 철저히 맞춤형으로 제작합니다. 이번에 만든 악기장과 책상은 어린이 집에서 사용할 예정이라 접착제도 친환경 제품으로, 사포질도 더욱 신경 썼답니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해 가구를 만들어 더 큰 보람을 느낀다는 이들. 영상으로 만나 보시죠.

<삼성전자 뉴스룸 원문보기 : https://news.samsung.com/kr/?p=367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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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 많은 날이 너의 앞에 있다 어째서 시도하지 않는가’ 흔들리지 마라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해라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패배감을 버려라 여왕이여, 왕관이 떨어지고 있다 포기하지 마라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너의 생각을 펼쳐라 너는 그 자체로 최고이다 숨죽일 필요 없다 아름다운 달처럼 되어라 어둠 속에서도 빛날 것이다 두려움에 대항해서 싸워라 돌진해라, 주먹을 날려라 핑계 대지 마라 자신의 운전사가 되어라 너의 두려움을 향해 돌격하라 실수해도 상관없다 너의 삶에 새로운 어여쁜 꽃을 심어라 너 자신을 알고, 너 자신을 얻어라 누군가의 아내가 되기 이전에 - 네팔 소녀 쿠숨(Kusum)의 자작시 -

시(詩) ‘초현실’을 지은 소녀의 이름은 쿠숨(Kusum). 교육 환경이 열악한 네팔 농촌 지역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부모님 덕에 수도 카트만두로 유학을 왔다. 그가 단상 위에 올라 직접 지은 시를 낭독한 이유는 단 하나. 꿈꾸는 것마저 용기가 필요한 네팔 여성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쿠숨이 자작시로 또래 여성들을 응원한 이유는 뭘까?

서남아시아, 여성 인권 사각지대의 민낯

서남아시아 국가별 성평등지수와 성불평등지수

지난 수 년간 여성 인권 신장을 주제로 다양한 국제 포럼들이 개최되며 수백만 여성이 그 행진에 발을 맞췄다. 일면 여성 지위는 큰 보폭으로 진전을 이룬 듯했지만 유엔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UNDP)에서 발표한 성평등지수(Gender Development Index, GDI)와 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 GII)를 보면 상황은 다르다. 특히 서남아시아 여성 인권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2016년 기준 서남아시아 국가의 성평등지수는 0.822로 전 세계 평균(0.938)을 밑도는 수준. 반면 성불평등지수는 0.520으로 전 세계 평균(0.443)을 넘는 기형적 수치를 보인다.

서남아시아 국가별 사례를 살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유엔인구기금(United Nations Population Fund, UNFPA)의 조사 결과, 지금도 파키스탄 소녀(15~19세)의 30%는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경험하는 걸로 나타났다. 집 안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명예살인’의 표적이 돼 사망하는 성폭력 피해자도 수백 명에 이른다. 더욱 충격적인 건 파키스탄 10대 여성 응답자 중 53%가 “가정폭력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것. 기본적인 인권 교육의 부재가 낳은, 참담한 결과다.

히잡을 쓴 서남아시아 여성

이에 심각성을 인지한 국제연합기구(United Nations, UN)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통해 여성 인권 신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수립된 개발 목표 중 빈곤 해소 등 일부는 달성했지만 성 평등과 여성 역량 강화는 여전히 목표 수치에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바탕이 됐다. 목표는 명확했지만 사회 지표 아래 깔린 여성 인권 인식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는 사실에 모두가 공감했다. 결국 “교육만이 해결책”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교육으로 무너진 지붕 세우는 네팔 여성

지난해 9월, 삼성전자 임직원 25명으로 구성된 해외봉사단이 네팔을 찾았다. 히말라야 기슭에 위치해 ‘세계의 지붕’으로 통하는 이곳은 거듭된 지진으로 현재 사회 안전망이 무너진 상황. 복구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층인 여성은 성폭력·인권 유린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네팔 최악의 풍습’으로 불리는 차우파디[1]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네팔 여성(15~49세) 중 약 20%가 차우파디를 경험했다. 중부와 서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50%까지 치솟는다.

마케팅 수업중인 모습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은 네팔 여성들의 ‘지붕’이 돼줄 꿈을 선물하기로 했다. 꿈을 갖는다는 건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되기 때문. 봉사 활동에 참여한 유경화(삼성전자 글로벌전략실)씨는 “여성으로서 자립이 필요한 이유를 알려주고 싶었다”며 “본인 스스로 발전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스스로 일어선 여성들의 사례를 보여주며 ‘너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심어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카메라를 가르쳐주고 있는 임직원

다음 단계는 ‘기술’을 전파하는 것. 사회적 제약이 많은 네팔 여성들의 특성상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실용 기술 교육이 필요했다. 이에 봉사단은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의 여성을 대상으로 ‘디자인 스쿨’을 열었다. 커리큘럼은 구직 전반을 아우르는 △비즈니스 이론 △비즈니스 마케팅 △면접 기술 △이력서 작성은 물론,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인 △레이아웃 등 프로그램 도구(tool) 교육 등으로 꾸려졌다. 앞서 자작시를 지어 친구들에게 읊었던 쿠숨이 바로 이 디자인 스쿨의 커리큘럼에 참여했었다. 쿠숨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희망을 얻었다”며 “또래 친구들에게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고 함께 꿈을 펼쳐보자는 의미로 시를 낭독했다”고 말했다.

교육을 담당했던 임지혜(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팀)씨는 “처음엔 ‘잘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모든 수업이 열정으로 가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조차 반납해가며 질문을 던지는 등 엄청난 의욕을 보였죠. 교육 내용을 응용해 색다른 디자인 패턴을 만들기도 했고요. 프로그램 후반부엔 네팔 지역 디자이너와의 만남도 준비했는데, 그간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 디자이너에게 이력서를 낸 학생도 있었습니다.”

'바닷속 누비는 인어처럼…' 다시 꿈을 품다

꿈을 찾은 아이들의 환한 미소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디자인 스쿨 종료 무렵,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이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빛나는 별, 바닷속을 누비는 인어, 하늘을 나는 스튜어디스 등 각양각색의 대답이 쏟아졌지만 소녀들의 꿈은 결국 하나로 귀결됐다. “수업에서 배운 것들을 통해 힘들어하는 여성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새로운 꿈을 찾은 것과 동시에 여전히 고통 받는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여성의 자립이 또 다른 여성의 자립을 지원하는 것. 이게 바로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이 생각한 이 활동의 궁극적 목표였다.

히잡을 쓰고 웃고 있는 서남아시아 여성

삼성전자는 네팔 여성에게 싹 틔운 희망의 씨앗에 꾸준히 물을 줄 계획이다. 당장 쿠숨과 네팔 현지 이야기를 사내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게재, 클릭 한 번으로 기부가 가능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네팔 여학생을 위한 디자인·휴대전화 수리 학교 운영에 사용된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인도 등 개발도상국을 돌며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가진 비즈니스 전문성을 각국 청년들에게 전파,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서다. 각국에 파견될 임직원은 삼성전자 최초로 ‘개발도상국 창업 엑셀러레이터’가 돼 현지 창업가들을 직접 선발한다. 그간 인프라와 노하우 부재로 한계에 부딪혔던 개발도상국 청년들에게 자립심과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는 게 목표다.

현지에서 네팔 여성들의 실태를 몸소 체험한 임지혜씨는 이처럼 ‘지속가능한 방식의 자립’을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시도에 거는 기대가 크다. “네팔 여성들이 뜨개질을 많이 하는데, 누군가가 그걸 상품화해서 판매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여성이 동참해 사업 규모가 커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현지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전통을 살려 성공한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야말로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쿠숨이 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또래 친구들을 생각하며 노트에 직접 쓴 시 ‘초현실’

▲쿠숨이 인권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또래 친구들을 생각하며 노트에 직접 쓴 시 ‘초현실’

인권은 꿈이나 바람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보장돼야 하는, 당연하고도 필수적인 권리이자 가장 인간적인 약속이다. 누군가의 권리는 저절로 지켜지는 게 아니다. 모두가 다 함께 보장하고 약속을 지켜나갈 때 비로소 약속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때마침 오늘(8일)은 ‘세계여성의날’. 여성 인권을 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1] 여성의 생리혈을 부정하게 여기는 힌두교 사상에 따라 생리 중인 여성이 남성·소·종교적 상징물· 음식 등에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고, 집 밖에 격리하는 풍습


<삼성전자 뉴스룸 원문보기 : https://news.samsung.com/kr/?p=366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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